K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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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8.(금) – 2024.03.13.(수) 

11AM~18PM, 휴무 없음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2(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218번길 3)

김엄지, 오지혜

김엄지, 오지혜

무료

✴ 버블과 마블에 관한 가설과 실험 ✴ 

하나, 버블은 마블을 닮고, 마블은 버블을 닮았다.

둘, 버블은 마블을 흉내 내고, 마블은 버블을 흉내 냈다.

셋, 버블은 마블의 모형이거나 근원이고, 마블은 버블을 암시 하거나 믿거나 좇는다.

넷, 버블은 마블 그림자의 꼬리를, 마블은 버블 그림자의 꼬리를 밟으며 동그랗게 전진한다. 

하나, 우리는 버블과 마블이 겹친 곳 안과 위와 아래에 서 있으며, 서로에게 만남을 약속했다. 

둘, 버블과 마블은 무한 증식하므로, 어디서든 만난다.

셋, 언제 만날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만난다.

넷, 버블과 마블은 서로를 잡아먹고 온갖 형태로 마모되어 손바닥 안을 굴러다닐 것이다. 다시, 하나, …

 

버블마블클럽의 《Bubbl-ing Marbl-ing》은 허구(fiction/Bubble)와 실제(reality/Marble) 사이 경계적 무언가로서 존재하는 가능 세계이며, 동시에 허구와 실제를 함께 발생시키는 주체로서 살아있다. 

현실은 허구와 실제로 구분되지 않으며, 역설적으로 그것들의 혼합체이다. 그 간극 틈에 끊임없이 발생하는 알(egg)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탄생한다. 운명적으로, 그들이 깃들 몸과 장소를 제공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공유하고자 한다. 

버블과 마블은 닮았거나 같은 모양이다. 허구는 실제의 모형, 혹은 근원으로서 존재하거나 생겨나고, 실제는 허구를 암시하거나 믿거나 좇는다. 둘 중 무엇이 먼저 다른 하나를 흉내 내는지 알 틈이 없도록, 오리지널의 주권은 둘 사이에서 공기처럼 자리를 옮긴다. 한편, 둘을 혼동하는 것은 어쩌면 인식 자의 문제다. 

김엄지는 얻지 못할 것을 구하는 과정에서 원하지 않던 변수를 연속적으로 맞닥뜨리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로 짓는다. 우화적인 텍스트는 작품들을 지탱하며 딜레마로 가득한 사회적 삶 혹은 세계 자체를 은유한다.

오지혜는 전지전능하지 못한 인간의 삶에서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하는 딜레마를 광범위하게 발굴·채집한다. 인간계·자연계 내에서 반복되는 유산(遺産)의 대립과 혼합의 딜레마는 시적·소설적·신화적 알레고리를 통해 드러난다.

《Bubbl-ing Marbl-ing》은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이야기(story)를 구성하고 이끄는 요소들을 시각화한 장치들을 이용하여 개별 이야기를 산재시킨다. 어렴풋이 드러나는 조건과 규칙들은 방문자를 이야기로 점진적으로 끌어들이는 인력으로서 작용하며 전시장이 ‘이야기’ 그 자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야기는 항상 도처에 스며들고 행위하며 넓게 그림자를 펼친다. 인물과 사건과 배경의 소용돌이, 즉 이야기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무력한 안락함과 폭발할 듯한 권태, 끝없는 반발심, 순응과 불순응으로 연결되는 세계를 표상함으로써 방문자와 호응하고자 한다. 이 전시는 현실-이야기로서, 독자-방문자의 현실을 계속해서 다시 보고 알아차리기를 요청하며, 생을 응원하기를 원한다. 

글_ 김엄지, 오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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